시장 앞 벤치에서 시작된 이야기
6월 26, 2025

매주 토요일 아침, 로크미네 시장 앞 벤치에 앉아 계절의 색을 관찰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. 어느 날은 수레에 담긴 홍당무 색이 유난히 선명했고, 또 어느 날은 갓 구운 빵 냄새가 골목 끝까지 따라왔다. 그렇게 오감으로 기억하는 동네는, 단순한 ‘거주지’를 넘어 ‘살아가는 장소’로 다가왔다.
처음엔 단지 외국 생활의 흔적을 기록하려는 의도였다.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, 이 작은 마을이 가진 독특한 리듬과 정서를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. 옆집 마르셀 아주머니가 매년 직접 담그는 사이다, 우체국 앞 플라타너스 아래서 펼쳐지는 여름 음악회, 그리고 바람을 타고 흘러오는 브르타뉴 사투리까지—이 모든 건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은 순간들이었다.
현지인과 외지인이 함께 겪는 이질감과 온기 사이의 미묘한 균형도 흥미로웠다. 프랑스어가 서툰 이방인으로서 행정 관청에 서류를 낼 때의 긴장감, 반대로 농산물 직판장에서 건네는 “Ça va bien?” 한마디가 주는 위안은 이중적인 감정을 동시에 품게 한다.
그렇기에 이 공간은 로크미네에 발 딛고 사는 이들의 이야기뿐 아니라,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느끼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도 함께 담으려 한다. 매일이 조금씩 다르고, 각자의 시선에서 풍경은 달라 보이지만—그 다양성이야말로 이 마을이 가진 힘이다.
로크미네를 ‘이야기’로 기억하고 싶은 당신과 이 기록을 함께 나누고 싶다.